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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소개
 - 놋쇠 할아버지의 두 아들
두두리집의 놋쇠 할아버지는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는 기계를 들이지 않고 오로지 손으로 방짜 유기를 만드는 장인입니다. 대학을 나온 할아버지의 큰아들은 아버지 방식에 불만을 품고 현대화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다른 장인 밑으로 들어갔지만, 둘째 노루발 아저씨는 묵묵히 놋쇠 할아버지 곁에서 전통 기법을 배워 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놋쇠 할아버지는 노루발 아저씨를 불러 곧 있을 전통 공예 대전에 출품할 징을 만들어 보라고 합니다. 그동안 큰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이제는 군소리 없이 곁에서 조수를 하고 기술을 배워 온 둘째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 것입니다.


 - 조화로움 속에서 묻어 나는 아름다운 우리의 소리
훌륭한 징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노루발 아저씨. 그러다 소리 채집가 박 피디, 놋쇠 할아버지와 함께 나누었던 ‘우리 아름다운 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징을 만드는 사람은 그 안에다 자기만의 정성과 빛깔을 담아야 하지만, 징을 치는 사람이 그 빛깔과 혼을 알아주고 불러 내 주어야만 비로소 아름다운 소리를 완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지요. 모든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 사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도 서로와의 조화와 화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 노루발 아저씨는 징을 만들기 전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스립니다.


 - 새롭게 탄생한 노루발 아저씨의 징
노루발 아저씨는 항상 가지고 다니던 장도리를 녹여 자기만의 코망치를 만듭니다. 그러고는 그동안 아버지 곁에서 배운 기술과 여러 작업 망치들, 또 새로운 코망치를 이용하여 마침내 징을 만들어 냅니다. 드디어 노루발 아저씨의 징소리를 확인하는 시간! 놋쇠 할아버지는 몇 번이고 징을 두드려 보면서 그 소리를 가늠합니다. 얼마 후 할아버지 입가에 미소가 걸립니다. 과연 노루발 아저씨가 만든 징이 훌륭한 소리를 낸 것일까요?

 - 가족을 향한 그리움, 혼이 담긴 징소리를 만들다!
진정한 전통 계승은 과거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여 이어 나가는 게 아닙니다. 전해 내려오는 전통 기술에다 계승자의 새로운 마음가짐과 그만이 연구해 낸 기법이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노루발 아저씨의 징에는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기법뿐만 아니라 새로운 마음들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과 어머니와 형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애틋함까지……. 그 마음이 혼이 되어 전통의 소리이자, 우리가 다시 이어 나가야 할 새로운 소리가 된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띠잉……. 할아버지는 다시 집게손가락으로 톡 튕겼습니다. '어라, 이걸 어쩌나!' 소리를 다시 들은 아저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띠잉…….  침을 꿀꺽 삼킨 아저씨는 정신을 가다듬고 징소리를 또다시 들었습니다. ‘좀 전에는 느낌뿐이었지만 자세히 들으니까 소리가 정말 다르네. 이를 어쩌지. 내가 만든 징이 내는 소리가 아버지의 징소리하고 다르니 말이야. 아, 정말 이를 어쩌나!’  아저씨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누런 이를 쓰윽 드러냈습니다. “바로 이 소리다! 학력이나 재물은 훔치는 게 아닌 것처럼 소리도 훔치는 게 아니다. 이 소리는 네가 가다듬은 마음으로 불질하고, 두드리고, 갈고, 닦아서 만든 승배 너만의 소리란 말이다. 너만이 만들 수 있는 그 차처럼 깊이가 있고, 맛있는 비빔밥처럼 구수하구나. 이런 징소리가 혼자일 때는 듣는 사람 마음 깊숙이 들어가 울린다. 하지만 꽹과리와 장구, 북과 어우러지면 듣는 사람들 마음은 물론이고 몸까지 구수하고도 신명 나게 할 게야.”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었지만 아저씨는 너무 기뻐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